'불을 끄고 돌아가는 공장'이라는 말은 2024년 7월 샤오미 창핑 공장이 문을 연 뒤로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유로뉴스가 2026년 4월 이 공장을 직접 들어가 보고 쓴 기사에 따르면, 공식 자동화율은 81%이고 310미터 라인 위에서 약 220명이 일합니다. 다크팩토리라는 단어와 실제 공장 사이의 거리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다크팩토리라는 말에는 기준선이 없습니다
다크팩토리(dark factory)는 사람이 없으니 조명을 켤 이유도 없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입니다. 업계 정식 용어는 라이트아웃 매뉴팩처링(lights-out manufacturing)입니다.
문제는 이 말에 합의된 기준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야간 8시간만 무인으로 돌려도 다크팩토리라 부르는 곳이 있고, 30일 연속 무인 운전을 해야 인정하는 곳이 있습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가리키는 대상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사례를 비교하려면 먼저 단계를 나눠야 합니다.

4단계에 가장 가까운 곳은 일본입니다
화낙(FANUC)의 후지산 기슭 공장은 2001년부터 무인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로봇을 만들고, 최장 30일까지 사람 없이 돌아가며, 24시간에 로봇 약 50대를 만듭니다.
이 공장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조명 이야기가 아니라 조건 이야기 때문입니다. 화낙은 자기가 만드는 제품(산업용 로봇과 CNC)의 부품 공차를 자기가 정합니다. 투입되는 소재의 편차가 작고, 조립 순서가 20년 넘게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불을 끌 수 있었던 건 로봇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변수가 적어서입니다.
나라별로 실제 상태를 놓고 보면
| 나라 | 사례 | 실제 상태 |
|---|---|---|
| 일본 | 화낙 로봇 공장 | 2001년부터 무인 운전, 최장 30일 연속, 24시간에 로봇 약 50대 |
| 네덜란드 | 필립스 드라흐턴 면도기 | 로봇 128대에 품질 담당 9명 (보도 기준, 2012년경 수치) |
| 독일 | 지멘스 암베르크 | 불을 끄지 않습니다. 약 1,200명이 3교대로 일합니다 |
| 중국 | 샤오미 창핑 | 자동화율 81%, 약 220명, 6초에 스마트폰 1대 |
| 대만 | ASE 그룹 | 반도체 후공정 라이트아웃 공장 56곳 운영 |
| 한국 | 포스코·LG스마트파크 | '등대공장' 인증 중심. 무인화가 아니라 AI 최적화 |
이 표에서 눈여겨볼 곳은 독일입니다. 지멘스 암베르크는 스마트팩토리를 이야기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공장인데, 다크팩토리가 아닙니다. 지멘스가 공개한 팩트시트 기준으로 1만 제곱미터 공장에 약 1,200명이 일하고, 연 1,500만 대를 만들며, 1초에 제어기 한 대가 나옵니다. 품질률은 99.9988%입니다. 다만 이 팩트시트는 2014년 자료라 지금 수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1,200명 두고도 1초에 한 대를 뽑습니다. 자동화의 목표가 무인화가 아니라는 것을 이 공장이 가장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무인 운전을 깨는 것은 로봇 성능이 아닙니다
밤새 무인으로 돌리려다 실패하는 지점은 대체로 셋입니다. 셋 다 '로봇이 못 해서'가 아니라 '예외를 스스로 복구하지 못해서'입니다.

샤오미 공장의 220명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유로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조립을 하는 게 아니라 검사를 하고, 이상이 생겼을 때 개입하고, 품질을 관리합니다. 정확히 위 세 가지를 맡고 있습니다. 자동화율 81%의 나머지 19%는 '아직 로봇으로 못 바꾼 조립 공정'이라기보다 예외를 다루는 일에 가깝습니다.
등대공장은 다크팩토리와 다른 말입니다
한국에서 이 주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섞이는 게 '등대공장'입니다. 두 말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기준이 다릅니다.

등대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운영하는 Global Lighthouse Network 선정 사업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낸 공장을 뽑는 것이지, 사람이 없는 공장을 뽑는 게 아닙니다. 2026년 6월 기준 전 세계 238곳이 등재돼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쯤 있나
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됐습니다. 작업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고로 공정에 딥러닝을 붙여 쇳물 온도 편차를 줄이고 연료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입니다. 사람을 빼는 게 아니라 사람이 판단하던 것을 모델이 대신 판단합니다.
LG전자 창원 LG스마트파크는 AI와 디지털 트윈이 30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상황을 예측하고 자재를 공급합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생산성은 20% 올랐고 불량률은 30% 줄었습니다. 이 수치는 기업 발표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라 독립 검증된 값은 아닙니다.
한국 제조업의 방향은 무인화보다 최적화 쪽에 가깝습니다. 다크팩토리를 목표로 내건 국내 대형 사례는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2026년의 흐름은 '딤 팩토리'입니다
PYMNTS가 2026년 6월 23일 쓴 분석의 표현이 지금 상황을 잘 요약합니다. 공장의 미래는 다크(dark)가 아니라 딤(dim)이라는 것입니다. 사람과 협동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되 조명과 인원이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이 기사는 병목이 로봇의 능력이 아니라 안전과 신뢰라고 짚습니다. GM은 전기차 공장 팩토리 제로에서 협동로봇을 늘리고 있고, 엔비디아는 2026년 6월 22일 피지컬 AI용 안전 플랫폼 Halos를 내놨습니다. 사람을 없애는 대신 사람 옆에서 안전하게 도는 쪽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도 같은 방향입니다. 사람을 지운 라인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이미 사람에 맞춰 설계된 라인에 사람 모양 기계를 넣는 접근입니다. 다크팩토리와는 사실상 반대 전략입니다.
정리하면
다크팩토리는 기술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제품 조건의 문제입니다. 변수가 적고 규격이 고정된 제품일수록 불을 끄기 쉽고, 모델이 자주 바뀌고 부품 편차가 큰 제품일수록 어렵습니다. 화낙이 되고 지멘스가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당장 해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라인에서 밤새 무인으로 돌릴 만한 공정을 하나 고르고, 그 공정이 지난 한 달 동안 사람 손을 몇 번 탔는지 세어보세요. 그 횟수가 0에 가까운 공정이 하나도 없다면, 그 현장에서 다크팩토리는 설비 예산 문제가 아니라 예외 처리 설계 문제입니다.
참고 자료
- Inside Xiaomi's Beijing factory: The machine behind a smartphone made every 6 seconds — Euronews, 2026-04-24
- Lights out (manufacturing) — Wikipedia
- Fact sheet: Amberg Electronics Plant — Siemens (2014)
- The Future Factory Isn't Dark. It's Dim, Autonomous and Safer Than Ever — PYMNTS, 2026-06-23
- Global Lighthouse Network — World Economic Forum
- 등대공장 — 포스코 Challenge to Change
- 공정 전 과정 진두지휘… 'AI 작업반장' 제조업 판 흔든다 — 세계일보,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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